일본여행기 - 첫째날
기억이 더 가물가물 해지기 전에 여행 기록을 해야겠다.
졸업 논문 발표가 끝나고 그대로 광천으로 날아가서 부산가는 버스를 타는 것부터가 일본여행의 시작이였다.
혼자서 여행은 독립 전엔 죽어도 못갈 줄 알았는데 동생의 덕인지 정말 시간이 약이였는지는 몰라도 생각보다 쉽게 설득 되었다.
4시반이면 끝날 줄 알았던 논문 발표가 길어져서 5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고 급하게 엄마 차를 타고 광천으로 넘어가니 25분
캐리어를 끄는건지 이고 가는건지 모를만큼 우선 매표소를 향해 뛰니 매표소 앞에 27분
'아 다행이다 버스 탈 수 있어' 라는 생각과 함께 주머니에 손을 넣는 순간 등골이 싸해졌다
잡혀야 할 카드지갑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꼭 이럴 때 중요한게 없더라
'뭐지 왜 없지..?' 하고 오른쪽 왼쪽 주머니를 다 뒤지는데 보이지가 않았다.
결국 30분 차는 포기하고 뒤로 빠져서 가방까지 뒤져서 찾는데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가 않자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 연구실 책상에 두고 왔나?'
' 아닌데 오늘은 카드를 쓴 기억이 없는데 ... 아침에 버스타고 오면서 흘렸나. 그랬음 어쩌지'
체크카드는 둘째치고 신분증까지 함께 있는 카드지갑이라서 비행기도 못타게 생겼었다. 진짜 내 자신의 정신머리를 욕하고욕하고 욕했다....
그렇게 머리을 빠르게 굴리고 있다 정신을 차려보니 보조가방 구석에 보이는 카드지갑의 모서리
'아씨...다행이다 ㅠㅠㅠㅠㅠㅠㅠ' 하고 안도하며 시계를 보니 5시 반이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람이 급박하면 멍청해 진다는것을 느끼는 시간이였다. 결국 5시 반차는 못탔고 6시에 있는 우등버스를 타고 부산에 갔다. 출발부터 참 좋다^^;
오사카로 가는 비행기는 오전 9시 5분 체크인을 하려면 적어도 2시간 전에는 가야하는데 김해공항은 24시가 아닐뿐더라 아침일찍가는 버스도 없었기에 전날부터 이런 난리를 치는 것이였다ㅎㅎ
사상터미널에 도착하니 거의 9시 반 간단하게 끼니를 떼우고 급하게 오느라 잊어버렸던 물품들을 사려고 남포를 돌아다녔고
그러다!!!!!!
이렇게 대따 큰 올리브영을 발견했다. 정말 서울에서도 보지도 못한 규모의 올리브영 .... 마치 백화점 1층이 전부 올리브영 매장인 것처럼 정말 컸다.
신나서 여기저기 둘러보고 사진을 찍는데 내 사진 광각이 담아내지 못하는게 너무 아쉽다ㅠㅠㅠㅠㅠ 정말 컸는데
여기서 클랜징 티슈랑 렌즈 세정액이랑 샀었는데 클랜징 티슈는 검색대에서 뺏기고 세정액을 별로 쓰지도 않았다는 후문이...... 난 이걸 왜 샀을까
이건 지나가다 카카오프랜즈 샵이 있길래 찍어보았다. 왜 광주에는 이런게 없는지 ㅠㅠㅠㅠ 너무 부럽다 서울과 부산
할것도 없고 밤은 새야 했기에 고민하다가 친구랑 영화를 보러갔다.
야간 영화보는거 꿈이라고 하니까 진작 말하지 그랬냐고 베라도 챙기자더랔ㅋㅋㅋㅋㅋㅋ
가지고 들어가도 되냐니까 괜찮다는 말에 의아했는데 정말 봉지 그대로 대놓고 들고가는걸 직원분께서 보셨는대도 아무말씀 안하셨다...
그리고 나서 돌아보니 다들 먹을걸 챙겨왔더라는.. 심야영화란 이런것인가 ㅇㅅㅇ..
짜란~ 덕분에 귀여운 오버액션 토끼 통에 내 사랑 민트를 잔득 담았다.
치약맛좀 없세주라고 친구가 옆에서 찡찡댔지만
나는 행복했다^^
중요한건 이날 무슨 영화를 봤는지 기억이 도통 안난다.
내가 영화표를 안챙겼을리는 없는데 지갑을 봐도 영화표도 없고...
뇌리에 남지 않았던 그냥 저냥한 영화였나보다. 2018.2.27일 남포점 롯데신네마 심야영화를 검색하면 나오겠지만
영화 끝나고 뭘 하면서 밤을 새겠냐 하다가 안주가 맛있는 술집이 있다고 해서 들어왔다.
정말 맛있었다. 메뉴 자체가 내가 좋아하는 조합이기도 했지만
아래 있는 달걀말이가 정말 예술이였다. 술집은 자고로 안주가 비싸고 맛이 없다가 내 선입견이였는데
여긴 안그러더라 ㅠㅠㅠㅠㅠㅠ 음식점인줄 알았다. 심지어 가격도 착했다.
그리고 부산에만 있다는 소주를 시켰다.
이름이 '대선'이란다
맛은 음... 솔직히 뭐가 다른가 싶었다.
그래도 '한라산'보다는 맛있었다.
'한라산'은 정말 공업용 알콜을 입에 들이 붓는 느낌이였다....최악이였어
그렇게 수다를 떨고 떨고 떨었다.
둘다 술을 잘 마시는 편이 아니였기에 그리고 둘다 피곤했기에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소비하기에 충분했다.
동년의 친구라는건 또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는거구나 싶었다.
그렇게 밤을 새다가 첫차가 다닐 때쯤 술집에서 나왔다.
편의점에 들려서 우유하나 사먹고 첫차를 타고 김해 공항으로 도착
부산-오사카
티웨이 항공
이제야 실감이 난다
.
......
는 개뿔 너무 피곤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정말 레알 진심으로 너무 피곤했다.
이제 시작인데 역시 나이는 못속이나 싶었다. 난 더이상 20대 초반의 팔팔한 청춘이 아니였다.
그래도 빠르게 체크인을 하고 검색대를 지나면서 클랜징 티슈도 뺏기고
무사히 게이트 앞까지 도착했다.
( 친구는 체크인을 함과 동시에 바이바이했다)
날씨는 흐렸지만 우려했던 비는 내리지 않았고
일찍 체크인을 한 덕에 창문 자리를 앉을 수 있었다.
바로 옆 두자리는 부부셨는데 알콩달콩하니 예뻤다.
2시간정도 걸리는 비행이였는데 저가 항공이라 먹을게 제공 되지 않다보니 죽을것같았다.
어제 먹은 술의 숙취 + 피로가 몰려와서 입국신고서와 세관신고서를 쓰고는 기절했던것같다
그렇게 무사히 일본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도착해서는 제빠르게 짐을 찾으러 나왔다.
ㅠㅠㅠ 일찍 체크인을 해서인지 짐이 빨리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짐이 보이자 마자 들쳐 업고는 입국심사하는 곳으로 뛰어갔다.
아까 말했지 않는가 정신을 놨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입국 신고서에 머물 호텔 주소를 제대로 적어야 하는데
당당하게 'ㅇㅇ 게스트 하우스' 라고만 적어놨다는 것을 입국 심사를 하면서 알았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마나 창피하던지
해외여행이 몇번째인데 진짜 갈때마다 이놈의 입국신고서 때문에 말썽이다 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침착하게 고쳐 적고는 무사히 통과했다
통과해서는 유심으로 갈아끼워보는데 역시나 나는 유심이랑 맞지 않다
역시나 불량이다
망했다
그래도 오기전에 포켓와이파이를 신청했어서
포켓와이파이와 미리 결제해 놓은 열차이용권을 받으러갔다.
물론 열심히 헤맸다. 다른 여행사 가서 내놓으라고 했으니 ^^
친절한 일본 직원분들 내 여행사를 찾아서 알려주셨다
그렇게 무사히 포켓 와이파이와 열차 티켓을 얻고 나서야 교토로 가는 열차를 타는 곳을 찾는데
ㅠㅠㅠㅠㅠㅠㅠ블로그에서 그렇게 보고 보고 또 봤었는데 도무지 보이지가 않았다
그래서 간사이 공항 자체를 정말 한 세바퀴는 돈것같다
그치만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이렇게나 큰 공항이였단 말이다 ㅠㅠㅠ 아무리 한국말이나 영어가 적혀있는 표지판이라고 하더라도
오기 전부터 하루날밤 꼬박 새고 입국신고서도 잘못적고 유심도 안되고 여행사도 잘못찾아갔던 나로서는 멘붕이였다.
알고보니 공항과 철도가 이어져 있는 다리가 있었는데 그곳을 지나 아예 철도를 타는 곳으로 이동하라는 소리였는데
융통성 없는 나는 공항을 나가면 미지의 세계야.....나가면 안돼 라는 듯이 공항 안을 나가지 않으려고 했으니...
편의점 근처에서 먹을것도 간단히 사고 교토로 가는 열차를 타러 왔다.
탑승~
정말 일본에 온것 같았다
철도길도 좋고 특유의 일본 가옥이 좋다
그렇게 1시간 조금 넘게 일본 풍경을 감상하다가 졸다가 감상하다가 졸다가 했다
그리고 드디어 교토 도착!!!!
교토 앞에는 당연히 교토타워가 있다
그리고 구글 지도를 따라서 숙소를 찾아 걸었다
거리는 걸어서 15분쯤 된다고 했는데 캐리어를 끌고 가려니 거리가 상당한것 같더라..
여기는 내가 묵는 숙소 근처의 '카모강'
이런 녹슨 철대도 좋다
흐려서 잘 안보이지만 주차(?) 되어있는 오토바이와 자전거
숙소를 향해 발걸음을 돌려보니
이런 골목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안녕 숙소 > <
숙소에 도착하니 2시 체크인은 3시 이후였기 때문에 짐만 맡겨두고 게스트 하우스 아저씨의 추천대로 주변을 걷기 시작했다.
여기는 근처 신사
내가 신사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오.... 하고 잠깐 구경만 하고 나왔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여기는
숙소 근처 작은 하천이 흐르는 니시키야쵸 거리이다
가보고 싶은 카페가 있어서 미리 찾아보다가 들렀는데
정말 이동네 너무 예쁘다 ㅠㅠㅠㅠㅠ
유자 나무도 보였고
그냥 분위기 하나하나가 너무 좋았다
그렇게 구경하고 숙소에 들어가서 짐을 풀고
창문으로 볕도 잘 들어오는 작은 방이다 ㅇㅅㅇ
원래는 고베를 갈 생각이였으나
나의 체력은 여기까지였다
도무지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기에 그렇게 기절해버렸고
눈을 뜨니 7시였다 ^^.... 안녕 고베 나는 간사이 패스를 왜 끊은걸까
아쉬운 대로 기온시조로 향했다
밥이라도 먹어야지 하고
여기서부터 나의 머피의 법칙은 시작되었다
이날 이후로 마지막 오사카에 가기 전까지
나는 모든 기차를 다 반대로 탔으니까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일본에 다녀오신 분이라면 모두 알겠지만
일본 지하철 방식이 꽤나 복잡하다
각 회사마다 열차가 따로 있다보니 우리나라처럼 환승을 믿고 탈 수가 없었다
마치 강남역에서 서울역까지 가는데 2호선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야지가 아니라
새마을 호를 타고 갔다가 내려서 ktx를 끊고 다시 타는 느낌이랄까....
심지어 시간대 별로 오는 기차도 다 다르다 ㅠㅠㅠㅠ
광주에서는 지하철을 거의 타지 않기 때문에
지하철이 익숙하지도 않을뿐더러
이런 구조라서 공부를 하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표를 끊는 것부터 개찰구를 찾고 방향을 찾기까지 너무 어려웠다..
물론 소심해서 물어보지 못하는 내 자신감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표를 끊는것까지는 성공
하지만 영어가 적혀 있다는 말만 믿고 갔던 나는 조그만하게 적혀있는게 영어라는걸 인지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 모른다
더군다나 그렇게 작은 포인트의 영어는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차라리 한자를 읽는 편이 더 빨랐다
그렇게 우여곡절끝에 탄 기차는 반대편으로 가는 '급행'열차였고
덕분에 나는 첫날부터 국제 미아가 될뻔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gps로 내 위치를 확인하는데 빠른 속도로 반대편으로 멀어지는 걸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그때의 심경이란.....
다소곳하게 앉아있었지만 내 머리속은 천국과 지옥을 얼마나 왔다갔다 했는지
다행히 반대편 기차를 타고 기온시조에 잘 도착했다
기온시조역은 그야말로 도시 시내의 모습이라
마음이 편했다
이건 왠지 후쿠야마 준이 생각나서 찍어보았다...
전혀 다른 분이시겠자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는데 그때의 골목의 느낌도 운치있고 좋았다
운치있음을 뒤로 하고 이치란 라면 가게에 들어갔다
나는 오늘 한끼도 안먹었으니까?
이런느낌의 가게이다
이렇게 혼밥이 가능한 일본의 시스템 너무 좋다 ㅠㅠ
맛 ★★★☆☆
맛있긴 했지만 역시나 느끼했다 ㅠㅠㅠ 매움 소스를 정말 강력하게 최고로 올려야 그나마 덜 느끼했으려나 싶었다
단 반숙은 사랑이였다. 세상에서 그렇게 맛있는 반숙은 처음이였다는...
라면은 맛있었지만 반 이상 먹으니 조금 물렸다.
물론 다 먹긴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돌아오는 지하철도 역시나 반대로 타서 그 다음 역에서 내려서 시치조역으로 돌아오는 편을 탔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편의점에서 먹거리를 사와서 들어갔다
밤에 보는 숙소도 예쁘다
사실 컨디션만 괜찮았으면 사진을 많이 찍었을텐데
사실 생활한복도 가져갔었다
입고 돌아다녔었는데
무슨 정신으로 돌아다녔는지 모른다는게 함정이지만.... 아쉽다
오늘의 마지막 나에게 주는 상은 편의점에서 사온 푸딩
세상 녹는ㄷ ㅏㅠㅠㅠㅠ